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14상(심인 상): 
원불교 마음공부는 둥근 마음 만드는 공부

원불교는 마음공부를 하는 곳이다. 그런데 마음공부 하는 곳은 원불교뿐 아니라 불교도 있고 기독교도 있다. 그러면 원불교의 마음공부는 다른 종교와 어떻게 다른가? 원불교의 마음공부는 바로 ‘둥근 마음 만들기’이다. 

촉석봉정(矗石逢釘)이란 말이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다. 촉(矗) 자는 곧을 직(直) 3개를 가지고 있는 글자이다. 

곧음이 세 개가 있는데 왜 나쁜 의미로 쓰일까? 3개의 직은 각을 만들고 각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하다 보면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 앞도 뒤도 기웃거리지 않고 앞만 보고 일하는 사람은 어찌 보면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항상 앞서 나간다. 문제는, 우리는 때로 모진 마음(각진 마음)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제불제성의 마음은 둥근 마음이다. 그래서 각을 세우는 일이 없다. 제불제성의 둥근 마음은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돌려 생각하는 마음 즉, ‘입장 바꿔 생각하는 마음’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그래서 원불교 마음공부는 역지사지의 마음공부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모든 탐진치가 사라진다. 그러므로 제불제성의 마음의 모양을 그린다면 둥근 마음, 즉 일원상일 수밖에 없다. 
 

원불교의 마음공부는 
바로 ‘둥근 마음 만들기’이다. 
제불제성의 소리는
일원상의 모양을 갖는다.

일원 15상(천음 상): 
하늘의 소리(천음)는 둥근 소리다.

제불제성에게 구업(口業)이 없는 이유는 제불제성은 둥근 소리(원음)를 내기 때문이다. 
정산종사께서는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 하거니와 실은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니, 잘못 쓰면 입이 화문이지마는 잘 쓰면 복문이 된다”(〈정산종사법어〉 법훈편 39장)고 했다. 〈법구경〉에서는 “인간의 혀에는 독이 있으니 말을 할 때는 옥쟁반에 구슬 굴리듯 하라”고 했다. 바로 둥근 소리(원음)를 내라는 것이다. 

인간이 범하는 10가지 업 중에‘악구, 망언, 양설, 기어’등 4가지 업이 구업이다. 구업은 소리 속에 가시가 있고 모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생들의 소리를 모진(각진) 소리라고 한다. 제불제성의 소리는 모와 가시가 없는 둥근 소리(원음)다. 제불제성의 소리는 일원상의 모양을 갖는다. 바로 옥쟁반에 구슬을 굴리는 소리다. 둥근 소리는 ‘돌려 말하는 것’이다. 

중국의 한자나 일본의 가타카나 또는 히라가나에 없는 글자로 한글에는 ㅇ(이응)이 있다. 한글의 자음 중 여덟 번째 글자다. 목구멍에서 처음 나오는 하늘에 속하는 소리는 일원의 모양을 한 목구멍을 닮아서 텅 빈 둥근 소리다. 현대 한국어에서 초성으로 쓰이는 ㅇ은 초성 자리를 채우기만 해주고 소릿값은 없으며, 종성으로 쓰이는 ㅇ의 소릿값은 연구개 비음[ŋ]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물이 빈 듯이 허명(虛明)한 소리’라고 하는 이유다. 

목구멍에서 처음 나온 둥근 소리는 목구멍을 막으면 땅의 소리가 된다. 땅의 소리는 혀와 치아 등과 부딪치면서 사람의 소리가 된다. 하늘에 속하는 소리는 둥근 반면, 사람에 속하는 소리는 각을 갖는 모진 소리가 되는 이유이다.
 

[2023년 3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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