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그동안 6회에 걸쳐서 가까운 미래에 메타버스가 보여줄 가장 중요한 특징을 ‘중(가상·현실중첩), 생(생체동기화), 공(공동창작), 즐(라이프-테인먼트)’로 구분해서 제시했다.

처음 생각보다 다소 길어진 이야기를 종합하기 위해, 처음 문제제기로 돌아가보자. 그렇다면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위키백과의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를 다시 옮겨 보면, ‘가상공간에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메타버스는 기존의 VR이나 게임처럼 가상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가상세계에서 ‘먹고, 자고, 싸는 것 말고는 다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굳이 현실에서 가능한 어떤 것이 메타버스에서는 불가능한지에 대한 구분은 크게 의미가 없다. 

‘시스템’이라는 표현도 그렇다. ‘시스템’이라는 말은 포괄적으로는 구조 전체를 포함하는 말이지만, 이 정의의 맥락에서는 대체로 하드웨어적 접근으로 읽힌다. ‘너무 포괄적’이거나 ‘너무 지엽적’ 이라는 느낌이다. 
 

어차피 어떤 정의든, 그 단어의 모든 특성과 현황, 변화 발전의 전망까지를 모두 포함하기 어렵다. 또한 메타버스라는 용어뿐 아니라, 필자의 전공인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에 대한 정의도 그렇다. 위키백과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의는 ‘여러 장의 화면을 연속촬영하고, 조작하여 화면이 움직여 보이게 만든 영화의 한 일종’이라 되어 있다. 전에 비해 약간씩 바뀌긴 했지만, 맥락은 거의 비슷하다. 

이런 정의는 다소 애니메이션의 ‘기법’에 대한 설명에 한정돼 있다. 재료나 형식, 내용 더욱이 현황이나 전망 등은 담고 있지 못한다. 특히 말미의 ‘영화의 일종’이라는 표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미디어 이론에서는 ‘오히려 영화가 애니메이션에서 나왔고, 완전히 반대로 영화를 애니메이션의 일종’이라 하기도 한다.

이렇듯 무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 다시 정의했어도 필연적으로 시대와 대중의 변화에 따라 사전적 정의는 고정되지 않고 지속적 수정을 요구한다. 

3월 현재의 시점에서 확정적 정의는 아니더라도, 메타버스에 대한 담론의 시작을 위해 필자가 정리한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이렇다.

‘가상과 현실과 생체를 연계하고, 나와 일상을 증강·확장하기 위해, 함께 만들어 가는 융합적 시공간’. 

최대한 줄여봤지만 역시 길고 복잡해 ‘정의’라기엔 부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나의 메타버스에 대한 담론은 여기 이정도에서 시작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3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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