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
윤덕균

일원 16상(견성 상): 
일원은 눈을 사용할 때 쓰는 것이다. 

원불교 〈정전〉 제2 교의편 제1장 일원상 제5절 일원상 법어에서는 ‘이 원상의 진리를 각하면 시방 삼계가 다 오가의 소유인 줄을 알며, 또는 우주 만물이 이름은 각각 다르나 둘이 아닌 줄을 알며, 또는 제불·조사와 범부·중생의 성품인 줄을 알며, 또는 생·로·병·사의 이치가 춘·하·추·동과 같이 되는 줄을 알며, 인과보응의 이치가 음양상승과 같이 되는 줄을 알며, 또는 원만구족한 것이며 지공무사한 것인 줄을 알리로다. 이 원상은 눈을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구족한 것이며 지공무사한 것이로다’고 한다.

이 법어가 나온 동기를 서문성 교무는 그의 저서 〈대종사님의 그때 그 말씀 1〉(원불교 출판사, 1997)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공회당에서 소태산 대종사 송도성을 부르시었다. “주산(송도성)이 나와서 칠판에다가 내가 부르는 대로 써 보아라” 하시고 “이 원상은 눈을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구족한 것이며 지공무사한 것이로다를 써라. ○를 6개 그려놓고 육근을 다 붙여서 써라” 하시고 대중에게 물으시기를, “어떠하오?” 하시며 대중의 의견을 물으시고,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어떠하냐?” 하시었다. 대중이 신기해서 “좋습니다.” 하니 통과시키며, 모든 일을 단독 처리하지 않는 것을 강조하셨다. 

선가에서 중시하는 견성은 바로 원만구족한 일원상의 시각으로 만물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안구의 동공이 일원상을 그린다. 
 

 

선가에서 중시하는 견성은 원만구족한 시각으로 만물을 보는 것.
달과 지구와 태양은 일원의 세계를 구성한다.

일원 17상(법신불 상): 
화신은 3천이라도 법신은 일원상 하나다.

불교에는 화신, 보신, 법신불의 3신 체계가 있다. 

법신불은 우주 또는 진리 자체를 부처의 몸으로 의인화한 진아(眞我·진짜 나)다. 순수해 차별이 없으며, 그것은 텅 빈 허공과도 같다. 보신불은 서원을 세우고 거듭 수행한 결과 깨달음을 이룬 부처의 진리와 공덕을 의인화한 약사여래, 노사나불, 아미타불 등이다. 화신불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방편으로 현신한 석가모니, 과거의 7불, 미래의 미륵불과 같은 응신불이다.

불교에는 전생, 현생, 내생의 3생에 각각 천불씩 3천의 부처를 가정한다. 그런데 왜 원불교는 불교의 3천 불을 대체할 법신불로 일원상을 모시는 것일까? 이는 전 우주의 본체가 일원이고 진리의 작용이 일원 세계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태양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달과 지구와 태양은 일원의 세계를 구성한다. 달과 지구 그리고 태양은 그 본체가 원형이다. 태양의 주위를 지구가 돌고 지구의 주위를 달이 도는 일원상 궤도를 갖는다. 인간이 보는 달은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 등의 28가지 모습으로 변화한다. 이는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노사나불, 아미타불, 약사여래, 지장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세음보살 등 보신불에 비유된다. 

만일 달의 모양을 유추해 실체화된 모형을 만든다면, 바로 그것이 화신불이다. 여기서 하나이고 변하지 않는 달의 본체를 법신불로 비유한다면, 이 달의 본체는 무엇으로 상징할까? 법정 스님이 선가귀감에서 밝힌 대로 ‘무엇으로도 표현할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한 동그라미로 나타낸 일원상’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양대학교 명예교수ㆍ중곡교당

[2023년 3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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