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원불교신문=윤덕균] 불교 고승 대덕들이 참구하는 공안에는 ‘본참공안’이라고 하는 1,700 공안이 있다. 이 중 자타가 공인하는 최빈의 공안이 바로 일원상이다. 앞으로 열네 상에 걸쳐 불교 속의 일원상을 살펴 본다. 

일원 18상(삼천불 상): 
성철 스님 사후 일원상 비가 봉행된 이유는 무엇인가?
 
성철 스님 문도회는 2019년 9월 1일 산청 겁외사 성철 대종사 생가 율은고거 앞마당에서 ‘성철 대종사 출가 송·일원상 비 제막식’을 봉행했다. 현대 한국 불교 최고의 선지식으로 손꼽히며 불자뿐 아니라 국민의 존경을 받는 성철 스님의 출가 송과 일원상을 새긴 비가 세워진 것이다. 

190㎝ 높이의 성철 대종사 일원상 비는 앞면에 일원상(○)이, 뒷면에는 ‘성철 스님 출가 송 조성문’이 새겨졌다. 원불교 성직자도 아닌 성철 스님의 기념비로서 일원상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스님의 고향 사찰에 비가 세워진 이유는 무엇인가? 백련암 고심원의 성철 스님의 좌상 벽면에도 일원상이 그려져 있고 성철 스님의 부도도 완전한 구형 구조다. 

성철 스님은 자기를 만나러 오는 신도들에게 3천 배를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법정 스님이 3천 배를 시키는 까닭을 성철 스님께 물었다. 성철 스님은 “흔히 3천 배를 하라고 하면 나를 보기 위해 3천 배를 하라는 줄로 아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나를 찾아오지 말고 부처님을 찾으시오. 나를 찾아와서는 아무 이익이 없습니다’라는 뜻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찾아오니 3천 배 기도를 시키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성철 스님 자신에게 3천 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생 부처님 1000불, 현생 부처님 1000불, 미래 부처님 1000불 합한 삼천 부처님에게 한 번씩 3천 배를 하라는 의미다. 
 

일원상, 
즉 동그라미는 
깨달음의 세계를 
상징하는 그림이다. 

성철 스님 일원상비.
성철 스님 일원상비.

그렇게 3천 배를 하고 성철 스님을 만나면 일원상을 받는다. 일원상, 즉 동그라미는 깨달음의 세계를 상징하는 그림이다. 일원상은 처음도 끝도 없는 영원함과 완전한 깨달음을 상징하기에, 집으로 돌아간 신도가 벽에 붙여놓고 수시로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이는 불교적 해석이다. 그러나 원불교도 입장에서 보면, ‘3천 불을 하나로 모으면 일원상이 된다’는 말씀을 불교 종정으로서 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공유된다. 일원상은 바로 불교 3천 불상의 통섭의 의미가 있다. 

성철 스님의 3천 배와 일원상이 기적을 낳은 사례가 있다. 화가 한경혜는 뇌성마비라는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던 일곱 살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엄마의 손에 이끌려 막연히 성철 스님을 찾아갔다. 어린아이는 이틀 밤낮을 비틀린 몸뚱아리를 바닥에 던지며 3천 배를 하고 스님을 만났지만, 얻은 것은 둥그런 원 하나를 그린 화선지 한 장뿐이었다. 그때 성철 스님과의 인연으로 한경혜 화가는 지금까지 2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원상을 걸어두고 절을 하고 있다. 성철스님과의 그 말 한마디 인연에 따라 7세 되던 해부터 지금까지 천 배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런 내공의 에너지로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했다. 15박 16일, 불가능해 보였던 히말라야 등반. 그녀는 산을 오르면서도 매일 108배를 하며 자신과 싸워 정상에 우뚝 섰다. 그리고 22세 때 불가 수행자도 힘들다는 만 배 백일기도로 구경각을 보았다. 죽음을 담보로 한 만 배 백일기도를 그것도 생애 3번의 기록에 성공했다. 성철 스님의 3천 배와 일원상이 기적을 낳은 것이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3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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