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떨치고 간절한 마음으로 갈구할 때 살길이 열린다.

이준원 교도
이준원 교도

고샅길 지나 오솔길 간다/곧은길 외딴길 지름길 에움길/큰길 작은길 사이 샛길을 간다/황톳길 진창길 비탈길 벼룻길/굽이굽이 이어지는 샛길을 간다/쉬엄쉬엄 걸어가는 영혼의 순례길.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조문도석사가의 朝問道夕死可矣)”라고 공자가 말했다. 소태산은 성리를 ‘우주만유의 본래 이치와 우리의 자성 원리’로서, ‘모든 법의 조종(祖宗), 모든 이치의 바탕’이라고 했다. 성리공부는 인생길을 바로 걸어가기 위함이다. 

성리는 남송 주희(1130~1200)가 주창한 ‘성즉리(性卽理)’를 축약한 말이다. 주희는 “사람의 성은 본연지성(本然之性)과 기질지성(氣質之性)이 있는데, 순수한 본연지성이 리(理)인 바 이를 두고 ‘성즉리(性卽理)’라고 한다”고 했다. 성리의 어원이다. 

견성은 성리의 체(體)인 대소와 성리의 용(用)인 유무의 이치를 확연히 해득(解得)하는 것이다(성리품 27장). 일원즉사은 사은즉천지만물(一圓卽四恩 四恩卽天地萬物).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다. 생각 하나에도 걸림이 있다. 어디에 걸리는가? 생각이 어두우니 몸조차 무겁다. 생각에도 무게가 있나? 유와 무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니 묘경(妙境)이요, 묘유(妙有)다. 

소태산은 “너의 조물주는 너, 나의 조물주는 나”라고 했다(변의품 9장). 성리공부는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살기 위함이다. 

“누가 너를 구속하는가(수박여 誰縛汝)?” ‘마음의 제국’을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각자가 빛의 신, 미의 신, 지혜의 신, 불멸의 신이다. 

구름 걷힌 봄하늘 밝은 달이 비추네/둥근 빛 가이 없고 잔물결 연이어 이네/생각 끊어진 고요 속 둥지 튼 학 그림자/빛도 경계도 사라진 자리에 매화 한 그루.

중앙총부에 핀 매화나무에게 물어본다. 오늘의 교단은 소태산이 열어놓은 탁 트인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 흙탕길, 덤불길, 푸서리길에서 헤매고 있는가?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두려움 떨치고 간절한 마음으로 갈구(渴求)할 때 살길이 열린다. 한마음, 간절한 마음이 참으로 있는가? 매화나무가 되돌아 물어온다.

/솔로몬연구소

[2023년 3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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