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선덕여왕이 서서 오줌을 눴다’거나 또는 ‘김유신의 누이동생이 오줌을 눠서 서라벌에 홍수가 난 꿈을 동생에게 팔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것을 보면 신라 사람들은 오줌발이 왕성한 것을 꽤나 길조로 여겼던 듯하다. 오줌발이 왕성하면 정력이 왕성할 것이고 정력이 왕성해야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성의 터부가 아직 강해지기 전인 신라의 남녀 이야기를 들으면 음탕하다는 생각보다는 유쾌한 웃음이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오줌발과 정력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서양의학에서는 “직접 관계가 없으며, 다만 노화가 일어나면 오줌발도 정력도 함께 약해지는 것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젊은 사람의 정력이 약해질 때 소변에 변화가 오는 것으로 보아 관계가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모두 어렴풋이 그렇게 느낄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유정(遺精)과 유뇨(遺尿)를 신장을 보함으로써 함께 다스렸다. 유뇨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소변이 흘러나오는 병이고, 유정은 성관계를 하지 않는데 정액이 흘러나오는 병이다. 한의학은 정(精)을 다스리는 힘과 소변을 다스리는 힘의 근원이 같은 곳에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럼 한의학이 말하는 정(精)이란 무엇일까? 정이라는 글자 뜻은 ‘정미한 것’으로, 우리 몸에서 정자와 난자를 정이라 생각하면 쉽다. 그 작은 크기에 3만 개가 넘는 유전자가 들어 있어 수십억년 간 진화해온 생명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 작은 정자, 난자를 통해서 생명의 비밀이 전해진다는 건 참으로 신묘한 일이다. 이것을 ‘선천의 정’이라 한다. 부모로부터 받은 정이란 뜻이다.

정자와 난자만큼은 아니라도 우리가 음식을 먹어서 만드는 정미한 물질도 있다. 우리가 소변 검사를 할 때 ‘알부민’ 수치가 나온다. 알부민은 단백질을 정미하게 빻아 생기는 물질인데, 신장 기능이 정상이면 전혀 나오지 않아야 한다. 만일 알부민 수치가 기록된다면 신장 기능에 손상이 온 것으로 본다. 간직해야 할 정미한 것을 버리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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