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교무
박세훈 교무

[원불교신문=박세훈 교무] 소태산 대종사는 당시의 예법이 너무 번거하고 사람들의 생활에 많은 구속과 경제 방면에도 공연한 허비를 내어 사회 발전에 장해(障害)가 있음을 개탄했다. 이에 원기11년(1926) 2월 신정의례를 발표했다. 

신정의례는 출생, 성년, 혼인, 상장, 제사 등 인간 생활의 전반에 걸쳐 번거롭고 미신적인 풍속을 탈피하고 실질(實質)과 공익(公益)에 바탕을 두는 것이 주된 이념이다. 

이와 동시에 소태산 대종사는 새 회상의 사기념예법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① 교단의 창립기념일과 교도들의 생일을 공동으로 기념하자는 공동생일기념(음력 3월 26일), ② 과거의 많은 명절을 한날에 교당에서 합동으로 기념하자는 명절기념(음력 6월 26일), ③ 교도들의 부모 이상 선대의 모든 제사를 한날에 공동으로 기념하자는 공동선조기념(음력 9월 26일), ④ 새해를 교당에서 공동으로 기념하자는 환세기념(음력 12월 26일) 네 가지다.

사기념예법에는 번거로이 자주 행해 왔던 각종 기념일을 통합해 명분과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그에 따른 경비도 절약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또 혁신 기념예법의 실행으로 절약된 금액은 공익사업에 사용하는 동시에 각자의 생활에도 도움을 얻자는 뜻으로 제정됐다. 사기념예법은 교단 초기에 시행되다가 일제 말기에는 시국의 혼란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고, 오늘에 와서 공동생일기념은 대각개교절로, 명절기념은 명절대재로, 공동선조기념은 육일대재로, 환세기념은 신정절로 각각 바뀌어 이어지고 있다.

원불교는 원기15년(1930)에 <예전> 편성을 시작했다. 약 5년의 편수 과정을 거쳐 원기20년(1935) 8월에 <예전>이 발간됐다. <예전> 총론(總論)의 신정의례에 대한 대요는 ‘인간은 예법을 통해 인간다운 가치를 이루며 시대와 인심을 따라서 적절한 예법을 발견하고 실행하여 사회에 유익을 주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그때 원불교의 <예전>은 예식의 간소화, 경비의 절약, 보시 등 당시로서 매우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도 원불교 예법이 혁신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예’는 시대를 향도하는 문화의 틀이다. 따라서 그것은 시대를 반영하며, 원불교 예법도 시대적 산물이다. 원불교는 불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주장한다. 원기109년부터 시작될 교단 제4대 제1회를 맞이하며 시대의 흐름과 지역의 다름을 반영해 원불교 예법의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수위단회사무처

[2023년 4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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