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누구나 메타버스와 NFT를 말하던 시대는 이제 누구나 챗GPT라는 생성형 AI를 알고 이야기하고 쉽게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생성형 AI는 삶의 모든 분야와 연결되며, 확장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과학 기술 문화 전문 잡지 <와이어드>의 창간자이자 초대 편집장이었던 케빈 켈리(Kevin Kelly)는 “AI가 전기처럼 흐를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이미 컴퓨터는 축소와 경량화를 거듭하고 있고, 스마트폰은 컴퓨터를, 디지털시계와 고글은 스마트폰을 대체하고 있다. 

언젠가는 컴퓨터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것이 컴퓨터가 되고, AI화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초기 산업혁명은 증기를 통해 시작됐지만, 이후 전기라는 발명 (또는 발견)을 통해 본격화됐다. 전기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게 되면서 건물은 높아졌고 도시 규모는 폭발적으로 확장됐으며, 전기를 이용한 무선통신이 전신에서 전화로 바뀌면서 회사들의 규모가 커지고, 전 지구적 원격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다. 공간이 확장된 것이다. 
 

더불어 전기에 의한 전구가 발명되고 조명이 보급되면서 인류는 밤을 밝히며 시간의 확장을 경험하게 됐다.

전기가 공간과 시간의 확장을 이끌었다면, 지금 XR과 메타버스는 시간과 공간의 중첩과 무한 확장을, 전기처럼 흐르는 AI는 존재의 중첩과 무한 확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IA(Intelligence Augmentation)과 공진화하거나 충돌하면서 나는 누구인지, 너는 무엇인지, 사물은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나와 사물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원점에서 다시 묻고 있다.

새로운 핵심기술이 발명될 때마다 인류는 문명의 폭발적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인간 자체의 능력은 이에 반비례해 축소되고 문명에 더욱 의존적으로 종속됐다는 생각이 든다.

문자를 사용하고 인쇄술이 발달함에 따라 암기력이 감퇴하고 구전 문화라는 전통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디지털혁명에서 디지털 퍼스트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인류는 어떤 능력을 잃었고, 또 잃어갈까. 물질문명의 개벽에 의한 기후 위기가 인류의 생존, 대다수 생명체의 멸종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으로 몰고 있다. ‘남은 골든타임은 10년 정도’라고 유엔은 경고한다.

XR-메타버스, 전기처럼 흐르는 AI의 선용을 생각해 본다. 브레이크 없는 문명의 폭주를 막기 쉽지 않겠지만, 어느 때보다 ‘선용’에 의한 상상력이 절실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05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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