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이번 호부터는 직접 〈대종경〉을 〈주역〉으로 만나고자 한다. 나는 '대종경, 주역으로 만나다' 원고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주역〉이 〈대종경〉으로 풀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대종경〉과 〈주역〉의 만남을 통해 〈대종경〉이 가지고 있는 동양철학적 지평을 확장하는데 노력하고자 한다. 

필자가 공부한 견해로 〈주역〉은 하늘의 뜻을 담고 있는 신서(神書)이자, 아직까지도 풀어지지 않는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대종경〉으로 풀어지고 있다. 

〈대종경〉 첫 문장인 '서품' 1장에서는 "원기원년 4월28일에 대종사께서 대각을 이루시고 말씀하시기를 '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로다. 이 가운데 생멸 없는 도와 인과보응 되는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두렷한 기틀을 지었도다'하시니라"고 했다. 

이 한 말씀에 〈대종경〉 전체가 집약되어 있다. 대각일인 '4월 28일'의 수리(數理)적 의미는 4는 천도(天道) 사상(四象)작용이고, 28은 하늘의 별자리 운행인 28수(宿)로 하늘의 뜻이 운행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장은 2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로다'이고, 둘째는 '이 가운데 생멸 없는 도와 인과보응 되는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두렷한 기틀을 지었도다'이다.

먼저 첫째 부분을 '계사하' 제5장에서는 "〈주역〉에서 말하기를 그리워서 마음을 애태워 가고 오면 벗이 너의 생각을 쫓을 것이라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근심하겠는가? 세상은 같은 곳을 돌아가고 다른 길을 가며 하나로 이르고 백 가지로 생각하니, 세상에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근심하겠는가?"라고 하여, '근원적인 진리는 같은 곳으로 돌아가지만 현상의 세계는 다르게 펼쳐진다'는 '동귀수도(同歸殊塗)'와 '하나로 이른 것은 백가지로 갈라져 작용한다'는 '일치백려(一致百慮)'로 밝히고 있다.

〈주역〉 31번째 괘인 택산함괘(澤山咸卦) 구오효사인 '동동왕래, 붕종이사(憧憧往來 朋從爾思)'를 해석하면서, 만법은 같은 곳으로 돌아가고, 귀일된 법은 만 가지로 드러나게 된다고 했다. 

함괘(咸卦)는 하늘과 사람이 서로 감응하는 이치를 논한 괘로 '동동왕래'는 그리워하여 마음을 애태우는 것으로 진리에 대한 구도(求道)의 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붕종이사'에서 붕(朋)은 '십이붕지(十而朋之)'하는 것으로 하늘의 친구이다. 즉, 만 가지로 펼쳐지는 우리의 생각은 하늘의 마음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유가 한 체성이고, 만법이 한 근원인 것'은 '일치백려(一致百慮)'와 만나게 되어, 대종사의 첫 일성이 하늘의 마음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광대학교ㆍ도안교당

[2018년 8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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