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서품' 7장에서는 "우리가 시작하는 이 사업은 보통 사람이 다 하는 바가 아니며 보통 사람이 다 하지 못하는 바를 하기로 하면 반드시 특별한 인내와 특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인 바 우리의 현재 생활이 모두 가난한 처지에 있는지라 모든 방면으로 특별한 절약과 근로가 아니면 사업의 토대를 세우기 어려운 터이니, 우리는 이 조합의 모든 조항을 지성으로 실행하여 이로써 후진에게 창립의 모범을 보여 주자"고 했다.

7장은 교단 창립 초기의 대종사와 구인선진이 보여준 특별한 인내와 노력, 특별한 절약과 근로를 말씀한 것으로 <주역>의 지산겸괘(地山謙卦)에서 논한 노겸군자(勞謙君子)를 떠오르게 한다. 이에 구인선진의 모습을 지산겸괘로 만나보고자 한다. 

지산겸괘는 <주역>의 15번째 괘로 군자의 겸덕(謙德)을 대표하는 괘이다. 겸괘에서는 '하늘은 겸손한 사람에게 은혜를 더해주고(익겸, 益謙), 땅은 겸손한 사람을 흐르게 하고(류겸, 流謙), 귀신은 가득 찬 사람을 해치고 겸손한 사람에게 복을 주고(복겸, 福謙), 사람은 가득 찬 사람을 미워하고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호겸, 好謙)'고 해, 겸덕은 천지인(天地人) 삼재는 물론이고 귀신을 일관하는 덕이라 했다. 

겸괘 초효에서는 '겸손하고 겸손한 군자는 자기를 낮추어 스스로를 기른다'고 했다. 겸겸군자(謙謙君子)를 논하고, 구삼(九三)에서는 "수고하지만 겸손하니 군자가 마침이 있고 길한 것이다. 상에서 말씀하시기를 노겸군자는 만백성이 복종하는 것이다"고 해, 스스로 수고하지만 겸손을 잃지 않은 노겸군자는 자신을 닦아 영원한 생명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올바로 길러내는 지도자임을 밝히고 있다. 

또 '계사상'에서는 노겸군자에 대하여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수고하지만 자랑하지 않으며, 공이 있지만 자신의 덕이라 하지 않음이 후덕(厚德)함의 지극한 것이다. 그 공덕이 있지만 다른 사람의 아래에 있는 것이며, 겸덕은 성대함을 말하고 예는 공손함을 말하니, 겸손이라는 것은 공손에 이르러 그 자리를 보존하는 것이다"고 밝혀 우리의 삶에서 겸덕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주역>에서 밝힌 노겸군자의 모습을 구인선진에서 얻게 된다. 구인선진은 백지혈인(白指血印)의 이적을 나투고, 교단의 기틀을 세워 후진(後進)을 위해 온몸을 바쳤지만,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을 자랑하지 않는 겸덕을 온전히 실천한 것이다. 대종사의 뜻을 받들어 대신성, 대단결, 대봉공의 법인 정신을 실천한 구인선진은 노겸군자의 전형이라 하겠다. 

또한 겸손할 겸(謙)은 말씀 언(言)과 겸할 겸(兼)으로, 성인의 말씀과 겸하여 하나가 된다는 의미이다. 내가 대종사가 되고, 내가 구인선진이 되어, 진리와 하나가 되는 삶을 사는 존재가 바로 노겸군자이다. 구인선진의 법인 정신을 체받아 공심이 흐르는 교단을 위해 기도하고 실천하는 수많은 노겸군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8년 10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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