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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박경희 사무국장] 3년 전 여름, 제주. 바람이 불때마다 빛으로 일렁이는 숲 속에 우리는 서 있었다. 누가 일러주지 않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좁은 입구를 바라보며 대화가 끊기고 인솔자가 나눠준 장갑을 양손에 낀 후 모두 쪼그려 앉아 몸을 웅크렸다. 손전등을 들고 있던 앞 사람이 능숙한 몸짓으로 어두운 입구를 향해 배를 바닥에 댄 자세로 기어가기 시작했고 줄줄이 뒤를 따랐다. 드디어 내 차례. 얇은 면 티 아래로 차디찬 돌바닥이 느껴지고, 밝음이 사라진 공간 속으로 머리가 들어간 순간부터 두 손은 발이 되어 몸을 일으킬
생명·평화·환경
박경희
2020.04.0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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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최덕문 교무] “잘못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동의할만한 명제이다. 직관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 즉, 어떠한 것이 ‘잘못’인지, ‘벌’은 무엇인지에 관해 100명에게 물어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개인이 또 다른 개인에게 하는 복수는 동일할 수 없고, 정형화될 수 없다. 개인적인 복수를 정당화한다면, 사회구성원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국가(원래 부족이었던)를 통해 복수 하거나 또는 국가가 대신해서 ‘처벌’이라 불리는 복
생명윤리
최덕문 교무
2020.03.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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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경열 교무] 정산종사 말씀하시기를 “세상 사람들은 오늘을 맞이하여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비는 좋은날이라 하나 길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에 탐진치가 사라지고 청정하고 밝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지내는 날이 좋은 날이요, 마음에 독소를 지니고 남에게 폐를 끼치고 손해를 입히는 날이 흉일이다”라고『한울안 한이치에』마음공부 22절에 말씀하셨습니다.저는 오늘 우리 교도님들 늘 좋은 날이 되길 염원하며 정산종사님 말씀에 근거하여 ‘좋은 날이 되려면?’ 이라는 주제로 함께 하겠습니다. 교
설교&교도강연
이경열 교무
2020.03.0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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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강현욱 교무] 지난 1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어느 군인이 하사로 복무 도중 강제 전역 됐다. 같은 달, 인권변호사로 활동 중인 박한희 변호사가 롤 모델이라는 A씨는 숙명여대 법학과에 합격을 했지만 일부 학생들의 완강한 거부로 입학을 포기 했다. 강제 전역을 당한 하사의 군복무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A씨 또한 진학에 부정행위 등 법적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그들이 공동체에서 거부당했던 이유는 ‘트렌스젠더’라는 성소수자였기 때문이다. 특히 법적 성별
생명·평화·환경
강현욱 교무
2020.03.0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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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백현기 교수] 빅데이터는 방대한 규모의 정보를 취합해, 미래를 예측한다. 빅데이터는 단순히 데이터의 양적 측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의 분석과 활용의 개념도 포괄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는 비정형 데이터인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음성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메시지 작성이 가능하다. 또한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작성된 메시지들은 다른 이용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를 이루면서 퍼져 나간다. 이러한 과정이 매일 수없이 반복된 결과, 거대한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형성되며,
마음앤마음
백현기 교수
2020.02.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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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송원근 교무]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 How dare you.” 지난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16세의 소녀가 각국 지도자와 정상들에게 던진 한마디이다. 이 소녀는 스웨덴 출신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이다.툰베리가 환경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학교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심각성을 크게 느꼈는데 정작 어른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에 따라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음을 알았다. 이에 실망을 느낀 툰베리는 2018년 8월부터 금요일마
생명·평화·환경
송원근 교무
2020.02.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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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연명의료 내용 개정‘사전연명의료 의향서’는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 결정법 제2조 9항) 2019년 3월에 연명의료 내용이 개정됐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항암제 투여, 혈액투석 하는 것 외에도 추가적으로체외생명유지술(ECLS),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의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도 연명의료로 정의했다. 연명의료 중단에 제외된 사항(사)원불교 호스피스회는 사전연
생명윤리
김인진 교무
2020.02.0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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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정인화 교무] 원기105를 재미 삼아 풀어 보면, 1은 자기 자신(I)이고요 영(0)은 텅 비움이며 (5)는 깨달음을 뜻하는 오(悟)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을 비울 때 비로소 깨달음이 찾아온다는 해석입니다. 전산종법사께서는 올해 법문의 제목으로 ‘신성으로 공부합시다’를 제시하셨습니다. 신앙인의 믿음과 근기를 역설하신 겁니다. 다른 종교에서도 신앙인들의 중요한 덕목으로 지도자들은 믿음, 신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믿음이란 대체로 진리에 대한 신념, 신에 대한 의지, 구원의 갈망, 구세주를 향한 인격적 신뢰이자 가깝
설교&교도강연
정인화 교무
2020.02.0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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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산책을 하다보면 몸집이 작은 개 한 마리가 먹고 살겠다고 쓰레기를 뒤져 먹이를 물고 가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미물 곤충부터 모든 동물들이 먹고 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면 참 위대하고 눈물겹고 경이롭게 여겨집니다. 언젠가 정글에서 어미 타조가 새끼들을 보호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자가 나타나자 어미는 갑자기 날개를 크게 펼치며 과잉동작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그 동작은 마치 ‘어머나! 어떡하지, 사자가 나타났네, 큰일났네! 어서 가서 우리 새끼들을 보호해야지!’라고 읽히는 동작입니
설교&교도강연
장오성 교무
2020.01.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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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장진수 교수] 과학혁명으로 인류는 이전에 누리지 못했던 물질적 풍요를 경험하고 있다. 반면에 정신의 세력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점점 그 지배적 위상을 잃고 있다. 우리를 보호해주었던 공동체도 해체되고 생태환경도 파괴되고 있다. 개개인은 주체성을 잃고 이기적 욕망과 물질에 끌려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찍이 소태산 대종사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개교표어를 제창하였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과학과 도학, 물질과 정신이 잘 조화된 참 문명 세계가 펼쳐질 것을 전망했다. 이를 위해 ‘마음혁명’
마음앤마음
장진수 교수
2019.12.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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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박세훈 교무] 요즘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이르는 말로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원불교의 입장에서 수양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수라밸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상시응용주의사항 5조 공부는 수라밸입니다.세상에서 워라밸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과 생활이 균형이 맞을 때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수라밸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양과 개인의 삶이 균형이 맞을 때 진정으로 행복해집니다. 워라밸은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위해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즉 직
설교&교도강연
박세훈 교무
2019.12.0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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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은수 교수] ‘번아웃(Burnout, 소진) 증후군’이 유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도 나도 피곤에 지친 몸과 마음으로 바쁘게 살아간다. 더욱이 효율과 효용을 강조하는 환경에서는 바쁘게 활동하고 많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 유능하다고 여겨진다. 아침에 눈을 떠 정성껏 몸을 깨우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이웃과 눈을 맞추고 미소짓기에는 교통체증이 시작되기 전 서둘러 출근하여 자리에 앉기에 바쁘기도 하다.여유 있는 걸음으로 걷다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뒷사람에게 민폐가 되고 떠밀리듯 지하철에 탑승해 그저 지옥철이 끝나기를
마음앤마음
이은수 교수
2019.11.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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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경열 교무] 사람들은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원불교를 창시하신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도 원불교라는 종교를 열게 된 동기가 바로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낙원이란 행복입니다. 일체생령을 행복의 길로 인도하기 위함이지요. 오늘 이 시간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기를 기원하며 “일상에서 행복 찾기”라는 주제로 함께 하고자 합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한 지인으로부터 엽서를 받았습니다. 그 그림엽서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현자는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며, 강자
설교&교도강연
이경열 교무
2019.11.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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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기흥 교수] 불교는 인간이 겪는 고통번뇌의 원인이 마음에 있는 것으로 보고 고통번뇌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마음수행에서 찾았다. 그러자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많은 이들이 마음을 닦기 위해 요란한 세속세계를 떠나 고요한 산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와 함께 출범한 원불교는 물질문명의 발달과 인간의 무명 및 고통·번뇌 간에 성립하는 상관성을 인지하고 물질문명의 도전에 마음의 응전력을 키우기 위해 물질문명이 전개되고 있는 현장인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공부할 것을 제안했다
마음앤마음
이기흥 교수
2019.10.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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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정인화 교무] 동서고금을 통해 볼 때 종교의 구성 요소이자 발전 동력은 기도와 교육, 그리고 문화와 교제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오늘은 이 네 가지 요소의 균형과 조화를 통한 교화 활성화를 주제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교화는 제가 숨 쉬고 밥 먹고 기도하고 목탁을 치고 때로 목 놓아 사은님을 부르짖는 목적입니다. 여러분들의 신앙적 소망은 무엇입니까. 자신의 성숙이 시시각각 더해져가고 교당과 회상이 나날이 발전하여 사람과 세상이 개벽되는 모습을 당대에 보시기를 염원하고 계신가요.타종교의 성장 사례안타깝게도 우리
설교&교도강연
정인화 교무
2019.10.0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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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손시은 교수] 우리나라에 2002년에 번역 소개된 책, 에모토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그 실험 방법의 비과학성이나 터무니없는 근거 제시로 인해 유사과학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파나 고구마, 바나나 등을 대상으로 그와 비슷한 실험들이 끊임없이 재현되는 이유는 "욕설이나 부정적인 말을 쓰지 말고 긍정적인 좋은 말을 쓰자"는 주제의 교훈성만큼은 틀림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저자 에모토 마사루는 눈 결정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8년 동안 물 결정 실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 결과 '
마음앤마음
손시은 교수
2019.09.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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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화를 잘 내는 편인가요, 잘 안 내는 편인가요? 주로 어떤 때 화가 납니까? 뭐가 내 뜻대로 잘 안되면 화가 나죠. 나랑 다른 생각을 고집하면 화가 날겁니다. 무례하거나 기본이 안됐다고 여겨질 때도 화가 납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건강하지 못하게 튀어나오는 화는 인간관계에도 업무능력에도 심신 건강에도 해를 끼친다는 것을 잘 압니다. 화가 풀려야 인생도 풀립니다. 화를 푼다는 것은 내맘대로 화를 내거나 화풀이를 해댄다는 말이 아닙니다.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화는 아예 안 나게 할 수는 없는 일입
설교&교도강연
장오성 교무
2019.09.0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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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덕상 교무]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는 마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류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노력의 일부를 지면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두 발로 일어서다소태산은 일상수행의 요법에서 '자성의 정과 혜와 계를 세우자'라고 말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서른 살에 세움이 되었다(三十而立)'고 말했다. 여기서 세움이란 무엇일까? 질문이 추상적이니 실질적으로 바꾸어보자. 우리는 왜 두 발로 설까? 사람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평생을 두 발로 걸으며 살아간다. 여
마음앤마음
조덕상 교무
2019.08.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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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박세훈 교무] 전산종법사께서는 "나를 새롭게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새롭게"란 취임 법문을 내려주셨습니다. 저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이 참회라고 생각합니다. 대종사님께서도 참회문에 참회가 "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을 개척하는 첫 걸음"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가 "참회하자"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나를 돌아보자" 라는 의미도 있지만 오늘 참회를 이야기하는 것은 "새롭게 시작하자" 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음양상승과 인과보응의 이치우리는 흔히 '용서한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
설교&교도강연
박세훈 교무
2019.08.0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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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박세웅 교무] 요즘 들어 '인문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점에는 인문학 도서들이 넘쳐 나고 있으며 방송에서조차 인문학특강과 인문학 관련 예능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인문학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어떠한 가치가 있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일까? 단순히 한자의 의미만을 살펴보면 인(人)은 사람, 문(文)은 글, 학(學)은 배움을 뜻한다. 하지만 인문학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문의 근원적인 의미는 바로 '결'에 있다. 나뭇결은 나무가 그동안 살아온 흔적을 말한다.인문을 '
마음앤마음
박세웅 교무
2019.07.23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