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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내겐 작은 신념이 하나 있었다. '있었다'라고 과거형으로 표현해야만 할 슬픈 사연이다. 바로 '직접 살생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이었다. 14년 동안 지켜온 신념은, 훈련원에 부임해 '지네' 때문에 무너졌다. 도저히 죽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네는 너무 길고, 또 너무 컸다. 그리고 어디에나 출몰했다.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살생에 대한 신념이 무너진 것도 괴로운데, 지네를 볼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지네를 싫어하는 내 모습도 또 괴로웠다. 왜냐하면 법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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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교무
2018.10.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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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십여 년 간 지켜온 신념이 한숨에 무너졌다. 14년 전, 좌선시간에 생긴 일이다. 모기 한 마리가 좌선을 방해한다. 윙윙~ 날아다니며 여기 물고 저기 물고,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모기를 냉큼 잡으리라 생각하고, 모기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앉기만 해봐라.' 내 모든 세포가 깨어, 모기의 기척에 집중한다. 기다림의 끝, 드디어 앉았다. '탁!' 정적이 흐른다. 놓쳤다. 고백하건데 나는, 타깃을 조준하는 일에 전혀 소질이 없다. '집중! 집중하자. 꼭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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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9.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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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훈련원에 도착했다. 직원들은 평소 숙소동 '앞마당'에 차례대로 주차를 한다. 내가 평소 주차하는 자리는 현관에서 거리가 멀다. 비도 오고 차에 짐도 있으니, 일단 임시로 현관과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한다. 짐을 안쪽에 들여놓고, 다시 차에 탄다. 평소에 주차하던 자리로 이동한다. 차에서 내리려고 보니, 현관까지 거리가 새삼 더 멀다. '뛰어가야겠다.' 차에서 후다닥 내려, 목적지인 현관으로 내달린다.열심히 뛰었는데 얼굴도 다 젖고, 옷도 젖었다. 빗물이 얼굴을 타고 뚝뚝 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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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9.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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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운전 중, 갑자기 '빵빵~' 경적소리가 난다. 깜짝 놀랐다. 백미러를 살피니, 내 뒤 버스가 경적을 울린 듯하다. "응? 난 잘못이 없는데? 나한테 한 건 아니겠지?" 갑자기 긴장이 된다. 다시 뒤쪽을 살펴본다. 버스가 또 경적을 울린다. '빵빵~' 주변에 차가 별로 없다. 이건 분명 나한테 하는 것이다! "나한테 왜 이러지? 속도가 늦은 것도 아니고, 버스 앞을 끼어든 것도 아니고, 차선을 잘못 가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엔, 그 버스가 차선을 변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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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9.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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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훈련원 앞의 벚나무들이 이제 고목이 돼, 벌써부터 낙엽이 떨어진다. 꽃도 예전엔 더 풍성했다던데, 지난봄에는 해성했다. 저 나무들도 창창하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문득 늙음이 애잔하다. 하지만 애잔을 다 느끼기도 전에, 옛 기억이 떠오르며 마음을 멈춘다. 애잔한 것은 저 나무가 아니다. '나무'는 스스로를 애잔해하지 않는다. 그것을 '보는 나'가 끼어들어 '애잔'이란 단어를 만들었을 뿐이다. 변화 안에서 자연은 있는 그대로 그러한데, 변화를 거부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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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8.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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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수능 날 아침, 어머니는 "먹고 싶은 건 뭐든 말해. 도시락 싸줄게"라고 말씀했었다. 전복이라도 구워 넣어줄 기세였다. 수능 날,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응원은 도시락을 싸주는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물음이 무색하게 나의 대답은 뻔했다. "비엔나소시지요." 그럴 줄 알았단다. 나의 일관성이 이 정도다. 좋아하는 음식이 무어냐 물으면 기계 같은 대답이 나온다. "비엔나소시지." 이렇듯, 누구나 선호하는 음식이 있다. 그리고 상대가 무얼 좋아하는지는, 함께 지낸 세월의 크기만큼 알아챌 수 있다. 특히 훈련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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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셩 교무
2018.08.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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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연달아 훈련이 진행 중이다. 어김없이 공양 준비를 하러 식당에 간다. 오늘 부식은 '사과 반쪽'이다. 사과를 씻어, 반을 가르고 손질 한 뒤 그릇에 담아야 한다. 훈련원 직원들은 함께 근무한 세월이 벌써 몇 년이라, 눈빛만 발사해도 손발이 척척 마음은 딱딱 맞는다. 그러니 당연히 작업 속도도 빠르다. 다만 예외도 있다. 바로 지금 하는 작업, '사과 반쪽'의 경우다. 작업하는 공정이 다단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더군다나 이번엔, 훈련생도 많아 우리 마음은 더 바쁘다.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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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8.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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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초등학교 때, 나는 내 눈이 너무 싫었다. "어머, 너는 쌍꺼풀도 없네"라는 말은 "너는 너희 엄마 안 닮았다"는 말로 들렸다. 그래서 그 말이 또 그렇게 싫었다. 어머니 눈은 진짜 예뻤다. 물론 어린나이엔 누구나, 세상에서 '우리엄마'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인류보편의 성장 과정이다. 하지만 그런 콩깍지를 배제하고도, 어머니가 미인인 건 사실이었다. 특히 쌍꺼풀이 예쁘다. 분명 어머니 배에서 내가 나왔는데, 내 유전자는 왜 이 모양인지. 난 그 흔한 속 쌍꺼풀도 없었다. 더군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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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8.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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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셩 교무] 월초기도 날 아침. 사용 할 장소를 청소하러 가는 교무와 딱 마주친다. 내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내가 어제 거기 청소했어요. 깨끗할 테니, 청소 안 해도 돼요." 그 교무는 고맙다고, 언제 조용히 청소했냐며 반색한다. 딱히 청소를 미리 해둘 생각은 없었다. 다만 바닥의 먼지들이 눈에 보였을 뿐이다. 보이지 않았으면 몰라도, 보이는 먼지를 닦지 않을 수 없다. 그 교무 역시 그 곳 청소담당은 아니지만, 손이 빈 곳을 조용히 찾아 청소하려던 찰나임을 잘 알기에 우린 서로를 보며 조용히 웃었다. 매번 꼭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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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8.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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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두근두근 가슴이 떨린다. 공용화장실의 변기뚜껑이 닫혀있다. 누군가 뚜껑을 닫아놓았다는 뜻이다. 느낌이 불길하다. 변기뚜껑을 잠시 바라보다 확 열어젖힌다. 자동으로 눈이 질끈 감아진다. 최악의 사태다. 변기가 심하게 막혀있다. 막힌 뒤, 며칠쯤 지난 걸까. 심지어 대변이 까맣게 눌어 붙어 있다. 꿈꿈한 냄새가 진동 한다. "지난번 뒷정리, 여기 청소담당 누구야! 그때 확인하고 변기를 뚫었어야지." 훈련을 마치면, 직원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뒷정리를 시작한다. 담당구역은 매번 바뀐다. 도대체 그날 담당이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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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7.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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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땡볕아래 말라비틀어진 땅을 맹렬히 호미질 하던 날, 비로소 알게 된다. 팥쥐 엄마는 고약했다. 〈콩쥐팥쥐전〉을 읽으며 가장 이해가 안 된 구절은, 자갈밭을 매라고 한 팥쥐 엄마의 지시였다. 문맥상 괴롭힘 같긴 한데 '자갈밭을 매는 게 왜 괴로울까' 서울태생인 나는 알 방도가 없었다. 출가를 하고나서 비로소 제초작업의 고통도 알게 됐고 콩쥐의 마음도 알게 됐다. 제초작업은 힘들었다. 제초작업을 하면서 그간 사고도 많이 쳤다. 뭐든 열심히 하는 성미에 풀을 잔뜩 뽑았는데, 누군가 저 쪽에서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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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7.1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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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부릉부릉~ 차 소리가 난다. 택배다! 택배 차는 언제나 반갑다. 버선발로 후다닥 뛰어가던 중, 차에서 내리고 있는 많은 박스를 발견한다. 훈련원 직원들은 박스가 많을 땐 '카트'를 끌고나가, 택배기사와 함께 박스를 나르곤 했다. 나도 '카트'를 끌고 나갔다. '무더운 여름날 기사님이 너무 애쓴다' 생각하며 시원한 음료수 한 병도 챙긴다. 택배박스를 '카트'에 다 싣자 택배기사가 말한다. "혼자 갈 수 있겠어?" 순간 멈칫한다 '어?? 내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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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7.1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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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알람이 울린다. 알람을 끈다. 알람이 또 울린다. 또 끈다. 새벽 5시, 좌선 나갈 시간이다. 그런데, 눈이 떠지지 않는다. 이는 훈련의 후유증이다. 일주일 내 뛰어다닌 터라 삭신이 쑤시다. 오늘 좌선은 쉬자. 못 일어나겠다. 그런데, 어떤 냉정한 여자가 내 안에서 튀어나와 말한다. '좌선 못 갈 만큼 피곤해? 어제 일찍 누웠잖아. 피곤하다는 관념에 속는 거야.' 물론, 오래 누워있긴 했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며칠 목이 끊어질 듯 아프더니, 어제 밤에는 감기기운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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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6.2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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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인공지능 스피커'를 보냈다. 대화가 가능한 영특한 친구이자, 인터넷에 스스로 연결해 명령을 실행하는 신비한 친구다. '내일모레 비와?' '영어로 사마귀가 뭐야?'라고 물으면 대답을 해주고, '비오는 날 어울리는 노래 틀어줘'라고 말해도 알아서 음악을 재생하는 총명한 친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 친구가 너무 못하는 일 하나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것은 '켜다'와 '끄다'를 구분하는 일이다. '라디오 켜'라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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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6.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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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훈련이 있는 날 아침이다. 훈련생 이 400명에 달하기에, 이곳엔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바쁘게 진행될 오늘의 일정을 머릿속으로 점검하며, 익숙하게 컴퓨터를 켠다. '어? 켰는데.' 분명히 켰는데 컴퓨터가 안 켜진다. 10분 여를 기다려도 부팅이 되지 않는다. 불길하다. 컴퓨터를 강제로 종료하고 다시 켜본다. 여전히 안 켜진다. '이게 무슨 일이지?' 오늘 중요한 날 아침이다. 이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인쇄해야, 훈련에 차질이 없다. 날벼락이 떨어졌다. 먹통이 되어버린 컴퓨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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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6.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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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중앙총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의 일이다. 식사를 하려고 줄을 선 그 순간부터 내 눈은 반찬들이 진열되어 있는 배식대로 향한다. 뚫어져라 반찬을 쳐다본다. 초 집중의 순간이다.오늘의 반찬을 보며 내가 먹을 반찬의 종류와 양을 결정한다. "저건 조금만 담아야지. 저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네. 오늘 주된 공략포인트! 메인반찬이 너무 적게 남았군. 나까지 순서가 안 오겠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떨리는 순간이다. 드디어 내 순서가 왔다. 미리 살펴보고 결정했던 대로, 반찬을 식판에 담다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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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6.0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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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훈련원에 발령을 받으면서, 어찌 할 수 없이 운전을 시작한 나는 이제 5년차 운전자가 됐다. 운전 첫날, 주유소에서 그 집 창고를 무자비하게 들이받아 피 같은 보험금으로 새 창고를 지어준 이력에 걸맞게 나는 여전히 운전이 무섭다. 다만 익산 시내에서 훈련원 가는 길쯤은 씽씽 달릴 수 있는 운전자가 됐다. 팔봉을 지나 시원하게 뚫린 자동차도로를 씽씽 달리다보면, 어느새 훈련원 앞에 위치한 저수지가 나온다. 해안도로처럼 저수지를 끼고 도는 고불고불한 길을 매끄럽게 달리면 훈련원에 도착한다. 그런데 오늘,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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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5.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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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아! 자석!' 갑자기 뒷목이 찌릿하다. '식사자석' 떼는 것을 잊었다. 훈련원에는 잊어버리면 안되는 '식사자석'이 있다. 훈련이 없는 평시에는 상주인원이 10명,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식사여부가 다르다. 때문에 식사준비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방안으로 각자 이름이 적힌 '식사자석'을 이용한다. 배분받은 3개의 자석을 아침·점심·저녁 구분된 공간에 붙이고 떼는 것으로 매 끼니 식사유무를 식당에 알린다. 모두의 편리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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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5.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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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세면장에서 세수 중, 방에서 음악소리가 들린다. 알람이다. 식당에 내려갈 준비를 시작하라는 7시 알람이 울린다. '빨리 꺼야 하는데' 얼굴엔 이미 비누칠이 돼 있다. 난감하다. 비누칠 시작 전에 알람이 울렸으면 냉큼 가서 껐을 텐데. 비누칠을 하는 손길이 빨라진다. "알람을 꺼야 하니, 일단 대충 비누칠을 마치자." 바쁘게 물로 얼굴을 닦아낸다. 귀에 알람소리가 계속 들린다. 늘 울리자마자 꺼서 몰랐는데 알람소리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쉬지도 않고 울렸다. "빨리 마치고 알람을 끄자." 급히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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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5.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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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우리 어머니는 늘 "나는 너희들을 키워본 적이 없어. 다 알아서 컸지. 그게 늘 미안해"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이 말을 의심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우리집은 가정형편이 그다지 넉넉지 않았다. 철들고 나선, 부모님에게 돈 달라고 하는 일이 내겐 늘 꺼려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동생과 내가 구김살 없이 잘 자란 것도 사실이다. 이 정도 형편에, 이 정도 잘 자라준 우리가 대견하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 어머니가 "우리를 키워본 적 없다" 하실 때마다, 나는 맞장구를 치며 '자유방임으로 강하게 키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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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교무
2018.05.02 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