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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의 아름다운 문화 중 하나를 꼽는다면 대중이 모여 교단사 혹은 공공의 일을 논하는 공사(公事)제도라 할 것이다. 교당이나 기관에서 하루 중 일정한 때를 잡아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함께 모여 의견을 묻고 결정된 일에 마음을 합하는 공사제도는 작은 원불교가 세계일을 해나가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 당대에는 특히 의견교환을 통한 공사제도가 활발했기에 역동성이 넘쳤다. 가령 특정 사안에 대해 스승인 소태산 대종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에게 일일이 묻고 경청함으로써 지혜단련과 아울러
사설
원불교신문
2024.03.1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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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원기로는 9년. 한 해에 이뤄진 소태산 대종사의 걸음은 바빴고, 과감했고, 다정했다. 그 걸음을 좇다 보면, 우리는 아마 10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수시로 소태산 대종사를 만나고, 걸음에 동행하며, 때론 같은 길 위에서 ‘세상을 위한 꿈’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이야기에는 지난 1월 17일 자 〈원불교신문〉 특별기획 ‘1924, 그해 소태산 – 세상과 소통하다’에 미처 담지 못하고 남겨둔 이야기를 모았다. 당시 이리역1924년, 원기9년 당시 익산은 상당히 근대화된 도시였다. 특히 1912년 3월 6일 역무를
이달의 기획
장지해 편집국장, 민소연 기자
2024.02.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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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님, 자살예방사업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하세요? 혹시 주위에 자살하신 분이 있으세요?”지난해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였다.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을 위해 문화사회부에서 진행한 ‘다시살림’ 캠페인의 성과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던 날, 기자 한 분이 조심스럽게 물어온 질문이다. 그 순간 몇가지 기억들이 머릿 속을 스쳐갔다. 시작은 2015년이었다. 날로 심각해지는 자살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시가 종교계와 협력 사업을 요청해 왔다. 당시 서울교구 〈한울안신문〉 편집장이었던 필자는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는 죄(?)로 느
생명의 대화
박대성 교무
2024.01.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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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원기로는 9년, 꼭 100년 전이다. 게다가 60간지의 첫해인 갑자년. 그해 세상에 ‘본격 등장’한 한 종교단체가 있다. 바로 원불교(당시 회명(會名) 불법연구회)다. 여기서 ‘본격 등장’이라는 말을 쓴 이유가 있다. 1924년 그해에 원불교가 내디딘 역사의 남다른 의미 때문이다. 그 내딛음에는 이전까지의 역사와는 차원이 다른 결연함 같은 게 들었다. ‘세상 속으로’ 그리고 ‘세상과 함께’. ‘그해 소태산’은 세상 속으로 한발을 크게 들이는 동시에 세상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교화’를 본격화 했다. 실제로 ‘그해
이달의 기획
대표 집필=장지해 편집국장
2024.01.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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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산 대종사는 백학명 선사와의 ‘혁신선원’이 수포로 돌아간 후, 경성(서울)으로 갈 결심을 했다. 원기9년(1924) 3월 30일(음력 2월 25일) 익산 이리역에서 경성역으로 출발했다. 수행인은 송규·서중안·전음광이었고, 최도화가 길 안내를 맡았다.경성에 도착한 뒤 소태산 대종사는 최도화의 인도로 박사시화·박공명선 자매를 만났고, 이들은 소태산 대종사의 첫 경성 제자가 됐다. 이후 ‘경성임시출장소’(당주동)를 마련, 경성 곳곳을 둘러본 후 5월 2일(음력 3월 29일) 이리로 내려왔다.[2024년 1월 3일자]
100년 100장면
자료제공=전북교구
2024.01.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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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암 백학명 선사는 소태산 대종사에게 정읍(井邑) 내장산 내장사(內藏寺)에서 ‘합작으로 혁신선원을 만들자’고 제의했으나, 내장사 대중들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다. 소태산 대종사는 내장사를 나와 경성(京城, 서울)으로 갈 결심을 했다. 김제와 전주를 경유해 원기9년(1924) 3월 30일(음력 2월 25일) 아침, 소태산 대종사는 익산에 있는 이리역에서 송규·서중안·전음광을 수행인으로, 최도화를 길 안내자로 하여 경성행 기차를 타고 저녁때 경성역에 도착했다. 경성역을 나와 태평로 태평여관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최도화는 박사시화(
온라인뉴스
원불교신문
2024.01.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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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준원 소장] 뿌리 없는 나무에 잎이 피지 않는다. 화가 복, 복이 화가 되기도 한다. 원인은 결과를 낳고, 결과는 원인이 돼 또 다른 결과를 낳는다. 원인을 찾고 또 찾아 들어가 근본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문제해결은 근본 원인을 찾아서 이를 확실하게 제거하는 것이다. 과학은 복잡한 현상 속에서 단순한 원리를 발견하는 학문이다. 완전한 질서와 완전한 무질서 사이에 복잡계(Complex system)가 존재한다. 수많은 요소가 원인-결과 관계로 서로 상호작용한다. 세상은 다양하고 유기적인 요소들의 네트워크다. 상호작용
평형수
이준원 소장
2023.10.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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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준원 소장] 신화와 설화는 상징적 의미를 담아 인간의 본성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몸은 하나이나 머리가 둘 달린 공명조(共命鳥)가 살고 있었다. 자신이 더 살기 위해 서로 다퉜다. 한 머리가 다른 머리를 죽이자 자신도 죽었다. ‘하나이면서 둘, 둘이면서 하나’를 가르친다. 권력은 사람을 낚는 미끼, 돈은 가시 달린 장미와도 같다. 눈이 멀면 미끼도 가시도 보이지 않는다. 법률은 왜 있는가? 무법천지가 되면 최소한의 도덕이 잘 안 지켜지기 때문이다. 법 없이도 잘 사는 사람이 있지만, 법이 있어도 이를 무시하고 어기는
평형수
이준원 소장
2023.09.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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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평소 생업과 교화활동을 병행하며 재가교역자로서 역할해 온 원무들이 7월 8일 중앙총부에 모였다.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해 열린 이번 훈련에는 전국에서 20여 명의 원무가 영모전에 열의를 가득 채웠다.그 가운데 진중한 기색을 보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정성학 신규원무(서이리교당)다. 그는 원무 사령을 봉고하기 위해 법복과 법락을 차려입고 마음을 모은다. 지난 3년간 원불교학과를 다니며 원무를 준비해 왔던 그에게 이날은 지난 훈련들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이날 봉고식에서는 정 원무와 함께 최성원(대표 봉고
교화
이현천 기자
2023.07.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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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준원 소장] 문명의 발달은 도구의 발달이다. 말을 타다가 수레바퀴가 발명되면서 마차가 나왔다.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와 기차, 선박과 비행기, 우주선까지 발달하며 육해공 모든 길이 열렸다. 시대에 맞게 사람이 살아가야 할 길은 진즉 열리지 않았다가, 1916년부터 소태산이 ‘인도(人道)상 요법’으로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었다. 때에 맞춰서 변해야 서로 통한다는 임시변통(臨時變通)과 시대를 따라 법을 바꾸어야 스스로 강해진다는 변법자강(變法自强)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중용은 가운데 중(中),
평형수
이준원 소장
2023.06.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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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공명인 교도] 2005년 신림교당 동그라미 지역대에서 시작한 스카우트 활동이 어느덧 15년을 훌쩍 넘겼다. 그 긴 시간 동안 청소년 대원으로 1번, 지도자로 2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했다. 잼버리는 그 어떤 활동보다도 내가 성취감을 느끼고 리더십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활동이었다. 다양한 국가, 인종의 청소년들과 만나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고,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그리는 세계 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특히 원불교연맹 대원으로서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여한 것은 당시 청소년이던 나에게 큰
은생수
공명인 교도
2023.05.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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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원불교가 세상과 더 가깝고 따뜻하게 만난다. 올 한 해, 원불교는 ‘찾아가는 마음돌봄치유’로 감정노동자들을 위로하고, 북한이탈주민 등 취약계층의 종교문화활동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원불교문화가있는날(Won-day)’과 원불교생명존중캠페인 ‘감사잘함’까지 총 35개의 사업들이 문화사회부와 함께 곳곳에서 펼쳐진다.지난해 시작한 ‘찾아가는 마음돌봄치유’는 요양보호사와 어린이집 교사 등 감정노동 현장을 찾아 목공명상, 미술치료, 그룹상담 등을 펼쳤다. 국민의 61.9%가 ‘코로나19 이후 우울감 많아졌다(KBS
교화
민소연 기자
2023.03.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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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도현 교무] “이때 수보리가 법문을 듣고 그 뜻과 나아갈 바를 깊이 깨달아 감격해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말하였다. 희유하신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심오한 경전을 설해주셨습니다. 저는 예로부터 수행을 하여 혜안을 얻었지만, 이와 같은 법문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후략)…(爾時 須菩提 聞說是經 深解義趣 涕淚悲泣 而白佛言 希有世尊 佛說如是甚深經典 我從昔來所得慧眼 未曾得聞如是之經…)”( 14장 중)수보리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수보리의 눈물은 깨달음을 얻은 기쁨의 눈물이고 고통의 바다를 헤매고 있을
여시아문
김도현 교무
2022.12.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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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인턴쉽 프로그램으로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20대 초반 조카가 11월 첫 주 내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걱정 어린 인사를 들었다고 한다. “괜찮니? 마음이 힘들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렴”, “충격이 크지? 혼자 있기 힘들면 같이 있어줄게”, “좀 쉬는 게 어때? 휴가 신청하겠니?” 등의 인사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단다. 지구 반 바퀴 떨어진 곳에 있는 내가 걱정어린 인사를 들어도 되나 싶어서.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멀리 떨어진 자신에게도 닿아있을지 모를 인연의 끈들과 같은 세대로 공명하는
원씨네교당
조은혜 사무처장
2022.11.1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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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지그시 누르다 뗀다. 가볍게 밀었다 놓는다. 활로 켜지 않고, 몸통에 밀어붙이지 않는다. 현에게 손가락이 먼저 묻고 문안하듯 슬며시 다가간다. 가야금은 그제야 긴 몸을 내준다. 소리는 귀를 지나 목울대로 스며든다. 격정이나 비탄으로 억지로 끌고가는 법 없이, 초롱을 들고 사뿐사뿐 앞에서 걷는다. 긴 현이 손가락을 맞아 소리를 만들고 이를 사람만한 몸통이 울려낸다. 열두 현 위를 열 개의 손가락이 넘실넘실 드나들며 공명을 만든다. 그래서 이 악기는 ‘치’지 않고, ‘켜’지 않으며, ‘뜯’지 않는다. 가야금은
여기, 은혜로운 당신
민소연 기자
2022.10.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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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원기46년(1961) 시작된 원불교 스카우트가 70주년을 맞는 가운데, 신림교당이 스카우트 선서식으로 청소년교화 열기를 살려냈다. 7월 24일 열린 선서식은 ‘가족과 함께, 다시 스카우팅’이라는 주제로 17명의 대원과 그 가족이 함께 했다. 원불교연맹 최장기, 최우수대인 신림교당은 코로나19 이후 최초로 지역대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이날 대원들은 모닥불 점화를 시작으로, 참마음 의식으로 엄숙한 선서를 진행했다. 스카우트 선서와 규율의 촛불을 밝히고 항건을 수여받았다. 활동이 없었던 코로나19 동안에도 신
청소년
민소연 기자
2022.08.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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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중이란 용어가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한쪽에서 ‘대중의 뜻’을 표명하면, 다른 쪽에서 ‘그 대중이 누구냐’고 따져 묻는다. 딱히 정해진 답이 없기에 우물쭈물, 자기 뜻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차 강조된다. 마치 정치인들에게 ‘국민의 뜻’이 절대적 정당성을 부여하듯, 종교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불특정 다수를 지칭하는 ‘대중의 뜻’이 절대적 힘을 갖는다.대중은 ‘모든 사람’을 지칭함과 동시에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 사람’을 일컫기에, 국민과는 달리 ‘무조직 집단’에 가까워 그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그러기에 ‘수동적, 감
사설
원불교신문
2022.07.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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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윤덕균] 원불교 ‘교단혁신담론회’ 단톡방이 있다. 200여 명의 교도들이 담론을 교환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자는 제안이 대부분이지만 교단을 위하는 혈심만은 대단하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한 교도가 제기한 신앙의 대상에 대한 질문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다. 이 교도는 ‘법신불 사은’에서 “법신불은 신앙의 대상이지만 사은은 아니다”는 주장을 한다. 100년이 지난 교단에서 신앙의 대상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은 놀랍다. 더욱, 문제를 제기한 교도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200여 명의 재가출가 교도 중에서 질문한 교도
교화
윤덕균(광일)
2022.07.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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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종천 원로교무] 엄밀한 의미에서 고타마 붓다를 ‘시스템 메이커’라고 할 수는 없다. 시스템 메이커로서는 G.I.구르지예프가 독보적인 존재라 할 수 있고, 그 뒤를 이어 소태산이 시스템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보였다. 소태산은 어느 의미에서는 구르지예프보다도 더 교리와 교단에 이상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구르지예프는 자기 가르침에 대한 관심은 있었으나 그것이 만세를 유전해야만 한다는 욕심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두 사람의 정치적, 문화적 분위기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인간은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로빈슨 크루소처럼
부처님의 향기
김종천 원로교무
2022.06.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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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바르고 올곧은 성품으로 스승님들 말씀을 오롯이 따라온 만산 박선일 정사(萬山 朴選一)가 5월 8일 열반에 들었다. 그는 “소태산 대종사님 회상에 들어와 스승님들 호념 속에서 살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함께하는 도반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고 일평생을 회상했다.만산 정사는 원기44년 총부 교무부(현 교화훈련부) 주사를 시작으로 재무부(현 재정산업부) 주사· 총무부 주사·삼동수양원(현 삼동원) 교무·원광대학교 교수로 봉직하다가 원기88년 정년 퇴임했다. 정산종사에게 ‘도학공부를 먼저하라’는 말을 듣고 출가한
열반
이현천 기자
2022.05.18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