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서리가 하얗게 내려 앉아 새벽 찬 기운에 몸도 마음도 활기를 더해 주더니 날이 밝아 오니 금방 다 녹아서 처마 끝에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비오는 듯 하다. 요 며칠 사이로 간간히 흰눈이 날린다.모두 물의 조화이다. 물은 비가 되어 내리고, 눈이 되어 날리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조직을 만들고 단체를 만들어서 우수한 삶의 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반면에 서로 개인과 개인끼리 가정과 가정끼리 사회와 사회끼리 국가와 국가끼리 미워하고 반목(反目)하고 싸우면서 갈등과 대립 속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상황은...
살아가면서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뭔가를 상대에게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항상 아쉬운 사람이 되어야 하고, 당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멍청한 듯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한다.자기 신앙과 수행으로 마음의 중심이 확고하게 서있는 사람...
겨울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 오곤 한다. 이제는 정(靜)하라는 뜻일게다. 이제부터 또 내년을 기약하며 준비기와 자기 훈련기간이 될 것 같다. 자신의 훈련 또한 정기로 상시로 쉬임없이 돌릴 수 있다는 것이 그 얼마나 위대한가. 특별한 상수제자가 아니 되더라도 극히 보통사람...
바쁘게 달려왔던 한 해가 이제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 훈련원 대법당을 신축하고 이제야 강릉시로부터 건축물 사용 승인 허가가 떨어지고 나니 일이 모두 마무리 된 것 같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바쁠 때에는 오히려 마음을 늦추지 않고 저절로 계획생활을 하기가 쉬...
대종사가 사은의 은혜를 밝혀줌으로써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타력의 힘에 의해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됐다.그 타력을 끌어올 수 있는 힘이 곧 자력이다. 때문에 자타력병진이라는 원만한 신앙법을 밝혀준 것이다.삼학병진이라는 완전한 수행법으로 완전한 자력을 얻었다면 온 우주와...
원래 부처의 가르침은 자기 일을 자기가 해결하는 공부를 가르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을 먼저 원망하게 된다. 그것은 아직 자신의 참다운 존재를 찾지 못했다는 증거이며 철이 없고 자력없는 공부인이다.부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했고,...
그동안 전국적으로 극심한 가뭄 속에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는 호우복비(好雨福雨)가 삼일동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내렸다. 주위에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있는 단풍잎들이 메말라서 축 늘어져 있더니 이 단비를 맞고서는 생생하게 살아서 춤을 추는 것 같다. 훈련원 주위에 계곡물이 ...
훈련원 주변에 그렇게 무성하게 자라던 풀과 나무들이 이제는 성장을 멈췄다. 간밤에 내린 찬이슬에 텃밭의 여러 채소들이 시들어 죽었고 월동을 준비하는 채소들은 겨울을 나기 위하여 위로 뻗지 않고 땅에 바싹 붙어 추운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
상생은 사람이나 물건이나 일의 인과관계가 서로를 살리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며, 상극은 서로 사이가 상충되어 막히고 해독을 입히게 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관계이다.우주의 원리는 태초에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지만 시대의 변화속에 사람들의 정신 인지도에 따...
훈련원이 위치하고 있는 오대산의 가을은 오고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정과 평화를 안겨다 주기에 충분하다. 진리의 한 포태 안에서 만생령이 나고 자라서 어우러져 살아가기 때문에 천지 기운은 곧 나의 본원이다. 즉 나의 마음은 곧 허공에 뿌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성과 ...
법신불은 무시광겁에 은현자재하며 우주만물을 관장하고 있는 절대적 진리이다.사실 자유자재를 얻지 못하고 사는 어리석은 범부중생들에겐 법신불에게 있어서 피조물과 같은 존재이다. 때문에 살얼음 밟듯이 두렵고 조심해서 살아야 하므로 종교에 의지하며 그 믿음으로 안분을 하면서 ...
우주만물 모든 것이 진실 그 자체이다. 사람들이 각자 생김새나 사는 것이 천층 만층이나 이 또한 스스로 지은대로 나타난 모습이다. 선의 씨앗을 뿌렸으면 선의 결실을 얻고 악의 종자를 뿌렸으면 악의 결실이 얻어진다. 이것이 참(眞)이다.어제는 맑은 하늘이었지만 오늘은 갑...
나라고 하는 존재는 알고 보면 사은의 공물이다. 그러기 때문에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은 본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사사로움으로 취하려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끝내는 얻지 못하는 것이며 얻는다 하여도 다시 물거품처럼 사라져간다. 그것도 단순하게 사라...
초겨울에 김장도 하고 겨울에 먹을 무를 심기 위해 우선 텃밭에 여름내 무성하게 자랐던 들깨랑 차조기도 뽑아내고 무 씨앗을 뿌리기 전에 계분(鷄糞)을 여러포 쏟아붓고 또 비료를 주고 무 씨앗을 뿌린 후 흙을 두둑히 덮어주었다.군데군데 수확이 끝난 채소들을 뽑아내고 심었는...
낮엔 파란 하늘에 뭉개구름 떠다니고 풍성한 들판의 곡식들을 보면 천고마비의 계절이다.마음도 몸도 풍성해진다지만 사실 밤이 되면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며 거대한 은하계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데 오히려 마음이 교교(皎皎) 하여 나로 하여금 한없이 넓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훈련원 텃밭에 호박넝쿨이 여러 가지 채소들과 엉켜서 앞뜰 잔디밭을 점령하여 가득 채웠다. 자주 오가며 채소들을 따다가 먹는데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큰 호박이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깜짝 놀랐다.그동안 매일 채소밭을 드나들었는데도 보이지않던...
음양상승의 도를 따라 한여름 삼복더위가 물러가고 음기운이 서서히 승해지려고 한다. 여름내내 풀벌레들 합창소리 어우러지더니 귀뚜라미 울음 소리에 이젠 가을곡을 준비 하나 보다. 이와같이 천지는 음과 양이 서로 밀어 주면서 만물을 질서 정연하게 화육시킨다.태초에 천지만물이...
여름에는 훈련보다 숙식을 요하는 손님들이 아무래도 더 많아진다.이곳은 다양한 소수 인원들로 사람들이 오고간다. 여기를 다녀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연 속에서 심신이 치유되는 모습으로 거듭 난다는 것이다.종교인이든 일반인이든 상관없이 무위이화 자동적으로 자연의 풍...
우리는 모두가 사은(四恩)의 텃밭을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 은혜의 밭이 주어졌건만 심고 가꾸는 것은 각자 각자에게 달려 있다.근본적인 은혜를 이해한다면 이 우주는 은혜 덩치이다. 씨앗만 제대로 뿌려서 가꾼다면 그 결실은 무한대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