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벽에 걸린 달마를 걷게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선사에게 열세 살짜리 이청풍이 벌떡 일어나 걸어간다. “어라~, 저 아이가 뭘 좀 아네.” 선사가 다시, “움직이지 말고 도를 보여 줄 수 있느냐”하니, 방아 찧던 절구를 들고 그대로 멈춰 서 있다. 깜짝 놀란 선사가 무릎을 치며, 십삼세각(十三歲覺)이라고 견성인가를 내린다. 평소 선사의 문답 유형을 파악한 소태산 대종사는, 이런 질문에 이렇게 하라고 어린 청풍에게 미리 모범답안을 일러 놓았다. 그 몰래카메라 각본대로 속는 선사를 보고, 웃음 참느라 힘드셨을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10.20 11:29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개에게는 불성이 없단다. 중국 당나라 조주선사에게 한 학인이,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물었다. 조주는 ‘없다’고 답했다. 의문의 1패라더니, 괜히 가만 있는 개들만 참 안됐다. 이곳 원광선원에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개, 무무와 하늘이가 있는데, 이 아이들이 들으면 얼마나 낙심할꼬. 기억력 없다는 물고기나 닭도 아니고, 나름 머리 좋기로 인정받은 동물인데, 하필 개한테 불성이 없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게다가 ‘일체중생 개유불성(一切衆生 皆有佛性)’, ‘일체중생이 모두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열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10.17 15:17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일 년에 둥근 달은 몇 번 뜰까요? 이런 쉬운 넌센스 퀴즈에도 곧잘 넘어가는 이들이 있다. 둥근달을 보름달로 착각해 아무 의심 없이 일 년 12달이니 12번이라고 답한다. 답은 ‘365일 언제나’다. 답을 알려줘도 바로 못 알아듣는 게 순진한 이들의 특징이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아하, 그러네!’ 하고는 도통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인다.달은 언제나 둥글다.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달에 한 바퀴 돌 때, 태양의 빛이 비치는 부위에 따라, 지구에서 보면 전혀 보이지 않기도 하고, 혹은 절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10.04 18:04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조각 같은 외모나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면 신의 피조물이라고 감탄하거나, 모든 면에 빼어난 인물을 보면 백 년에 한 번 나오는, 하늘이 낸 사람이라 찬양하기도 한다.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하늘 아래 신이 만들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또한, 신이 만든 모든 것은 완벽하다. 일체 만물은 신의 작품이라 완벽하며, 일체의 움직임은 다 신의 작용이라 온전하다. 진리는 텅 빈 가운데 음양의 기운이 가득하여 우주 삼라만상을 영원히 살아있게 한다. 그 텅 빈 것이 음양의 기운으로 일체를 낳고 기르고 다시 거두어가며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9.22 14:33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흔히 삶을 백척간두로 비유해, 백척간두에 서 있는 심경으로 살아간다는 표현들을 쓰곤 한다. 백척간두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길,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를 비유해 가져다 쓴다. 더 이상 오를 곳도, 나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을 백척간두라고 묘사하곤 한다. 사실 백척간두에 서 있다느니, 백척간두 진일보의 심경으로 무엇을 한다는 말은 맞지 않다. 백척간두 진일보란 이런 부정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말도, 삶의 태도를 표현하는 말도 아니다. 백척간두란 아주 높고 긴 장대를 이름한다. 1척이 약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9.15 18:39
-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원불교 광주전남교구 동부지구(이하 동부지구)가 교단의 역사를 공부하며, 선진들의 정성심을 체받기 위한 훈련으로 변산 성지순례를 진행했다.9월 10일 진행된 동부지구 변산 성지순례는 10개 교당과 3개 기관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도식과 함께 원광선원과 석두암 터, 봉래구곡, 내소사 등을 방문했다. 특히 원광선원에서는 장오성 원장으로부터 변산성지에 대한 안내와 함께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의 의미에 대한 강의를 듣고, 제법의 역사와 선진 일화 등을 공부했다.행사를 총괄한 정세완 동부지구장(농성교당)은
교화
유원경 기자
2023.09.14 13:59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만법귀일 일귀하처, 만법이 하나에 돌아갔다 하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깨침의 여부를 가늠하는 최고의 화두 중 하나다. 선사들의 화두는 해석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그 자리를 훤히 깨달아 표현하고 있다면 영생사가 해결되고 있는 경사요, 찰떡같이 해석을 잘 해도 나와 만법과의 관계를 모른다면 빛 좋은 개살구다. 만법귀일과 나의 관계를 아는 것이 관건이다. 만유의 움직임을 만법이라 한다. 만유를 하나가 운영하므로 만법귀일이며, 그 하나가 일원이다. 일체 우주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9.10 10:55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나는 물 위를 걷을 수 있다. 나는 날아다닐 수도 있고, 눈비가 내리게 할 수도 있다. 나는 무엇을 태어나게 할 수도, 사라지게 할 수도 있으며, 죄벌을 줄 수도 있다. 뭐든지 할 수 있는 만능자인 내겐 불가능이 없다. 나는 일체의 기적을 행할 수 있다. 심히 부럽지 않은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묻지 말라. 그냥 애초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이니 말이다.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내가 곧 천지이고 천지가 곧 나이기 때문이다. 천지가 하는 일체의 일은 내가 하는 것이다. 나 아닌 것이 없으니, 물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9.01 16:00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어떤 이는 짧고 굵게, 어떤 이는 길고 가늘게, 어떤 이는 적당히 살다 가기를 원한다. 너무 짧아도, 또 나만 지나치게 길게 살아도 별로일 것 같다. 허나 죽음은 내 의향대로 딱 맞춰 오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올지 아무도 모른다. 미리 안다고 대비할 수도, 달라질 수도 없다. 별수를 다 써도 막지 못하고 때가 되면 어련히 알아서 데려간다. 꿈자리가 어떻다느니 점쟁이가 뭘 조심하라 했다느니 그런 무당 같은 소리는 부질없고 쓸데없다. 헛소리로 업 짓느니 차라리 입 닫고 잠이나 잘 일이다.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8.28 14:53
-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독서실을 끊어달라던 아들은 밤마다 거리를 쏘다녔다. 이를 안 어머니는 아들을 앞세우고 신도안으로 향했다. 당시 삼동원 고시촌엔 고시생도 있었고, 그 같은 말썽쟁이 고등학생들도 있었다.그해 겨울, 신도안에는 종종 대산종사의 야단법석이 열렸다. 첫눈처럼 생경하고 소복한 원불교와의 시간. 훗날 아들은 한양대생이자 인천교당 청년이 되고, 아내와 두딸까지 일원가족을 이뤘으며, 지금은 신도시 송도의 교화 역사를 쓰고 있다. 윤지영 교도(송도교당, ㈜구앤윤 RED 부사장)의 이야기다. 결혼한 아내(구수정 교도)는 크리
감사생활 캠페인
민소연 기자
2023.08.25 15:33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농부거든 농사하며 노는 입에 아미타불, 직녀거든 길쌈하며 노는 입에 아미타불’, 고려 나옹화상은 누구나 언제나 노는 입은 염불하라 했다. 몸으로는 일하면서 입으로는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해서 극락 생활할 수 있는 초간단 수행법이 염불이다. 저녁 시간에 목탁 치며 소리 내 하는 것만 염불이 아니라 언제든 소리 없이 속으로만 해도 공덕은 같다.나무아미타불은 아미타불, 자성자리에 돌아가 의지한다, 진리에 모든 것을 내맡긴다는 의미다. ‘나무’라는 말은 돌아간다, 귀의한다, 머문다, 내맡긴다는 뜻이며 아미타불은 진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8.23 09:58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요즘 같은 폭염에 밖에서 일하다 보면 금세 땀범벅이 된다. 덥고 땀나서 싫다는 마음이 올라올 때면 ‘남들은 일부러 찜질방도 간다는데 무료 찜질한다 생각하자’고 마음을 바꿔먹으니 신기하게도 뜨거운 햇살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똑같은 현상이 마음 따라 좋게도 싫게도 받아들여지니 세상만사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다들 이런 걸 일체유심조라 표현할 것이다. 일체유심조라 하면 항상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원효대사 해골 물이다. 신라 승려 원효가 당나라 유학길에 올라 동굴에서 자다 마신 상쾌한 물이 밝을 때 보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8.11 19:15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사람들이 본의를 완전 잘못 알고 쓰는 대표적인 법문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천상천하에 내가 제일 높은 존재라느니, 나 외에는 모두가 아랫사람이라느니,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라느니 하는 의미들로 잘못 해석되어 쓰이고 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억울할 법하다.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천상천하에 오직 나 홀로 높다는 말이다. 그럼 남들은 싹 다 낮은 존재고 너만 홀로 높다고? 자, 그런 뜻이 아니니 호흡을 좀 가다듬고 들어보시라. 깨달은 이의 안목에서는 정확히 나는 천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7.27 05:56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금은 100% 순금이 없다. 금의 순도를 말할 때 9가 몇 개냐에 따라 99.9를 쓰리나인, 99.99를 포나인으로 부른다. 순도가 높을수록 9의 숫자가 늘어나며 최고의 금은 9가 7개인 99.99999 쎄븐나인이다. 100% 순도를 가진 금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99.9%인 쓰리나인 이상을 그냥 순금 100%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엄밀히는 100%가 아니다.깨달음에는 금의 순도처럼 쎄븐나인도, 그 이상도 통하지 않는다. 99.9%의 깨달음이란 없다. 거의 다 온 깨달음도, 웬만큼 아는 깨달음도 없다.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7.25 13:38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진리는 수완 좋은 장사꾼이 아니다. 덤도 에누리도 없다. 인과는 얄짤없다. 적당히 봐주는 법도, 더 주거나 덜 주는 일도 없이 정확히 작용한 대로만 드러내 준다. 인과는 협상도 구걸도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울며 애원해도, 받는 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고려하지 않는다. 인과는 뇌물도 통하지 않는다. 신분이나 권력이 높아도, 성자여도 봐주지 않고 무심히 지은 그대로만 돌려준다. 정확하고 공정하기에 억울할 일이 없다. 지금 직면하는 모든 것은 진리의 계산으로 나온 결과임과 동시에 진행형이다. 거기엔 현생으로만
참 쉬운 깨달음
원불교신문
2023.07.18 16:09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나는 왜 복이 없을까? 나는 왜 삶이 힘들까? 나는 왜 지혜가 부족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면 오랜 생을 통해 부처를 제대로 몰라보고 부처로 대하지 않고 살아왔음을 자각할 일이다. 삶이 평안하고 복과 지혜가 충만하려면 부처가 어디에 있는가를 발견해 그 부처가 어떤 작용을 하든 부처로 대하면 된다. 그러면 부처는 어디에 있는가. 이쯤 되면 곧바로 답이 툭 튀어나올 법하다. 부처 아닌 것이 없지! 그렇다. 나를 비롯해 일체 만물, 보이지 않는 허공법계 모두가 위대한 자, 부처다. 부처 아닌 것이 없다는 말은,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7.12 16:20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도인은 일이 없다는데요~.” 이곳 선원에 일이 많은 것을 보고 어느 교도님이 무심결에 툭 내뱉은 말이다. 하루 종일 일없이 거니는 이를 도인이라 믿는 모양이다. 어디서 들은 법문을 본의도 모르고 일부만 똑 떼어 신념으로 삼으니 이거 참 큰일이다. 호탕하게 한참을 웃은 후 본뜻을 일러드리긴 했으나 알아들었을지는 의문이다.시체가 아닌 이상 어찌 일이 없겠는가. 잠자는 것도 육근을 움직이는 일이요, 먹는 것도 웃는 것도 일체가 일 아님이 없다. 그렇다면 ‘도인은 일이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산골 생활이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7.04 15:27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나타나 나를 구해주었다면 평생 그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며 살 것이다. 누군가 불난 집에서 나를 구해주었다거나, 위급한 순간에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다면 잊지 못할 은인으로 큰 감사를 표하며 보은할 길을 찾을 것이다.우리가 보통 아는 생명의 은인, 혹은 절대적 은혜란 그렇게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거나 살려주는 이다. 하지만 내 생명을 살린 은인을 이처럼 극단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으로만 설정하는 것은 미성숙한 이들의 견해다. 마치 아이들이 매일같이 먹이고 씻기고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6.23 09:44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제아무리 좋은 것도 잘 다듬어 쓸모 있게 만들어야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기왕지사 사람으로 태어나 사는 거 더 가치 있고 쓸모 있게, 심신도 자유자재 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으리오.주변에 보면 아는 건 많은데 실행은 엉망이고 말도 참 안 듣는 사람 한 명씩은 있을 것이다. 참다못해 이들에게 한마디씩 던지는 말이 있다. “알면 뭐하냐고~ 실천이 안 되는데” 견성은 머리 키우자고 하는 게 아니라 좋은 변화가 나타나게끔 수행을 잘해 결국 성불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성자의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6.18 18:46
-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예로부터 인재를 등용하는 기준이 신언서판이라는데, 말과 글과 판단력이 좋고, 아는 것도 많아 무엇이나 척척 답을 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 사는 일에도, 근본적인 진리에도 걸림 없이 아는 이는, 스스로도 자유롭겠지만 세상의 빛이 되는 귀한 사람이다. 사람 사는 일을 시비이해, 근본적인 이치를 대소유무라 한다. 대소유무 시비이해를 낱낱이 설하자면 석 달 열흘로도 모자랄 테고, 금세 하품 나올 게 뻔하니 이 정도로 넘어간다.이치에는 밝은데 세상일에는 어두운 사람이 있고, 세상일에는 밝은데 진리 쪽
참 쉬운 깨달음
장오성 교무
2023.06.14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