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일생에 한 번뿐인 중학교 입학식, 5월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학생들은 교실 TV로 교장 선생님과 환영 인사를 나눈다. 얼굴을 마주한 적 없이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신입생들의 첫 등교, 많이 기다렸다. 어설프게 입은 교복, 마스크를 끼고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하는 긴장한 모습이 귀엽다. 하루 종일 마스크 끼고 생활하는 아이들도, 수업하는 교사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긴 숨을 내뱉는다. 애로사항 하나 더. 2·3학년 재학생들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도 단번에 누군지 알아본다. 눈만 봐도,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7.09 13:28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출생신고도 돼 있지 않아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는 무심히 흘리고 싶지 않았다. 영화감독이 된다면 버려진 아이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방송국 조감독으로 일했던 신인인 그의 작품을 눈여겨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화감독이 된 후에도 제작을 맡은 회사의 부도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완성까지 15년이 걸린 영화 ‘아무도 모른다’라는 1987년 일본에서 실제 일어난 ‘아동 방치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대표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7.02 10:36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며칠 전, 3학년 학생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다. 하나같이 ‘예쁘게 찍어주세요’라고 한다. 아침부터 분주히 공들인 모습들, 내 눈에는 다 예쁘다. 사진을 보다보면 평소 느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통찰하는 순간이 온다. 스스로 생각한 자신의 모습과 타인이 보았을 내 모습의 간극. 셀카의 일상화로 인해 스마트폰은 카메라 경쟁이라 할 만큼 스마트 폰에서 사진의 기능이 중요하다. 다양한 앱을 사용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정하고 변형한다. 과거에는 사진에 찍힌 내 모습이 딱 하나였지만, 요즘 셀카에서는 ‘다양한 나’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6.25 09:56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그는 안착되는 발로 땅을 디디고 균형 있게 들어 올리고, 골고루 모든 부분의 발바닥으로 땅을 밟는다.’ 붓다의 신체는 32가지 호상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발의 두터움이다. 붓다는 어떻게 그렇게 단단하고 두툼한 발을 가지게 됐을까. 수억 겁의 생을 반복하면서 온갖 보시와 선행을 했기 때문이란다. 땅에 착 붙는 발을 가지려면 무한에 가까운 보시와 선행이 필요한 것이구나. 붓다는 길 위에서 태어나 길 위를 떠돌다가 길 위에서 삶을 마쳤다. 붓다의 두툼한 두 발, 한없는 길과 맞닿았을 그의 발바닥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6.18 10:45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겸양(謙讓)은 겸손하고 사양하는 마음인데 일은 항상 남보다 앞서고 공은 저 사람에게 미루는 것을 말한다. 처세(處世)의 명감(明鑑)은 굴기하심(屈己下心)으로 스스로 하심을 주장함을 말한다. 이 겸양에는 내겸(內謙)과 외양(外讓)으로 구분된다. 내겸이란 안으로 공경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부귀 등에도 교만하지 아니하고 하심을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서 외양이란 밖으로 양보하는 마음으로 공(功)이나 명예나 의식(衣食)까지라도 남의 의견을 존중하여 주는 것을 말한다. 상등인일수록 몸을 낮추고 사양할 줄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6.11 13:56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오페라 없이도 세상은 돌아가겠죠. 예술이 없어도, 내일의 태양은 또 떠오르겠죠. 세상은 예술 없이도 돌아 갈수 있고, 또 돌아갈 겁니다. 하지만 우린, 예술은.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예술이 없는 세상에 비해, 훨씬 풍요롭고 현명한 세상으로 말입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줄리아드 수업에서 한 유명한 말이다. 최소한의 움직임이 미덕이라, 위축된 요즘 위로가 된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전망과 변화된 세상에 따라 마땅히 달라져야 하는 삶의 자세에 대한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6.03 11:29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비질은 할 줄 아냐? 방은 닦을 줄 아냐? 나무도 심을 줄 알아야 하고. 지방 가면 너희들이 다 해야 하는데….’ 송영봉 원로교무 추억 속, 소태산 대종사는 심오한 진리는 물론이고 일상생활까지 지도하는 세심하고 자상한 분이다. 대학원 대학교 2년간 매일 저녁 30분, 송영봉 원로교무 인터뷰를 했다. 화양연화(花楊年華), 녹음기를 켠 그 시간 나는 늘 살아있는 대종사를 만났다. 돌아보니 논문을 핑계로 매일 수도원을 들락거리며 귀찮게만 해드렸다. 드린 것 없이 사랑을 받았고, 가르침 받았다. 기도 올려 달라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5.29 14:25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영화 ‘저 산 너머’ 시사회에 다녀왔다. 고 정채봉 작가가 김수환 추기경과 나눈 대화를 엮어 출간한 바보 별님 (저 산 너머로 재출간)을 바탕으로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스크린에 펼친다. 1928년 일제강점기 7살 막둥이 수환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 오랫동안 병석에 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 두 형제가 신부의 길을 걷기를 희망한다. 그 뜻에 따르겠다는 형과 달리 수환은 자기만의 꿈이 있다. 인삼 장수가 돼 어머니께 몸에 좋은 인삼을 실컷 대접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5.15 16:46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지자(智者)는 우자(愚者)를 가르치고 우자는 지자에게 배우는 것이 원칙적으로 당연한 일이니, 어떠한 처지에 있든지 배울 것을 구할 때는 불합리한 차별 제도에 끌릴 것이 아니라 오직 구하는 사람의 목적만 달하자는 것이니라.’ 지자 본위의 강령을 맘에 담고, 읽어보자. 온라인 개학.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초중고의 개학이 연기를 거듭한 가운데 처음으로 시행된 정책으로 교사와 학생이 대면하지 않고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2020년 3월 31일, 전국 모든 초중고의 첫 온라인 개학을 시행한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5.07 13:44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류시화의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의 마지막 구절이다. 시인이기에 가능한 따뜻한 상상력은 세상의 말을 깊이 있게 한다. ‘세월의 사전적 의미는 흘러가는 시간이다. 6년 전 그날 이후 이 단어는 시간이 흘러도 우리에게는 늘 먹먹한 상처이다. ‘가만히’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서늘함도 그날 이후였던 것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4.29 16:01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원기13년 3월, 제1대 제1회 기념일 풍경이다. 정기총회를 겸한 이 날, 소태산 대종사는 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회상 창립 이후, 12년의 사업 보고와 성적 발표를 듣고 어떤 감상이 들었는지. 여러 제자의 답을 일일이 경청한 대종사는 제자들의 감상이 적절하다 수긍하고 본인이 꼭 전하고 싶었던 핵심을 짚어준다. 당시 그 자리에는 대종사와 일찍 인연을 맺어 여러 해 함께 한 사람도 있고, 함께 한 시간이 몇 해 안 되는 사람도 있어서 자연 선진(先進)과 후진(後進)의 구별이 있었다. 대종사는 선진과 후진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4.24 15:07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저 점을 다시 보십시오. 바로 이곳은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들어본 사람 모두가 저 점 위에서 인생을 보냈거나 보내고 있습니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제1장에 실린 문장의 일부로 ‘점’의 정체는 바로 우주 공간에서 찍힌 지구이다. 구름과 바다가 어울린 커다란 지구가 아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티끌 같은 존재가 찍혀 있다. 지구와 무려 60억㎞ 떨어진 거리에서 찍은 사진, 이런 사진은 왜 찍었을까. 태양계 밖 우주를 탐사하는 임무를 띤 보이저호의 자문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4.16 11:05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사람의 몸은 보는 것, 듣는 것, 소리 내는 것과 앉는 것, 서는 것, 걷는 것, 눕는 것과 표정 등 여덟 가지로 운용되며 이를 통칭해 태도라 한다. 사람이 태도가 좋지 못하면 모든 예의가 다 아름답지 못하게 되므로, 태도는 곧 모든 예(禮)의 첫인상이다. 예전 통례편, 태도에 대한 부분이다. 교직원식당은 교사들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보니, 새 학기가 시작되는 즈음 식당에는 처음 만나는 얼굴들이 있다. 어느 날부터 눈에 띄는 한 선생님. 늘 구석진 같은 자리에 에어팟을 귀에 꽂고 홀로 식사한다. 에어팟을 귀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4.09 13:51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한 제자가 교칙(敎則)을 크게 어겼다. 대중은 그를 품을 수 없어 추방하기로 논의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몇 만 명 제자만이 나의 사람이 아니고, 몇 만 평 시설만이 나의 도량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이 다 나의 사람이요, 온 세계 시설이 다 나의 도량이라 한다. 나를 따르던 사람으로 그가 나를 버리고 가면 어쩔 수 없지만, 먼저 그를 버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교칙을 어긴 그 제자를 직접 불러 엄히 꾸짖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해 새 사람을 만든다. 대종경 실시품 6장 법문을 봉독하며 상상한다. 그 제자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4.02 16:07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사랑스러운 쌍둥이 조카, 평화와 보은이 이야기다. 평화는 디자이너, 보은이는 작가를 꿈꾼다. 수십 번 바뀌었고 여전히 변화무상하긴 하지만 10세, 현재는 그렇다. 얼마 전 보은이에게 왜 작가가 되고 싶냐 물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여유롭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예상치 못한 답이다. 초등학교 3학년 보은이는 도도하고 깔끔하며 귀여운 모습이 마치 본인의 모습 같다며 고양이를 매우 좋아한다. 1인 가구, 밀레니얼 세대 반려동물로 고양이가 인기다. 고양이 돌봄을 가장 중요한 일과로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3.25 14:35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자기 안의 이야기를 술술 꺼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상처가 깊은 사람일수록 마음 깊은 곳에 이야기를 꺼내놓기 어려워한다. 너무 오래 문을 닫아놓고, 지나치게 꾹꾹 눌러놓아서 어떻게 꺼내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작은 사물이나, 사진을 활용해 이야기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령 학기 초 학생들과 어색한 첫 만남의 시간 다양한 사진이 있는 프라임 카드를 교실 바닥에 펼쳐두고, 나를 소개할 때 가장 적합한 사진을 고르게 한다. 왜 그 사진을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3.19 11:17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몇 개의 약속이 취소되고, 다음에 상황이 좋아지면 만나자는 막연한 약속들이 늘었다. 겨울 방학내 고민하며 수정하고 또 수정한 2020학년도 학사일정은 처음부터 새 판을 짜야 한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고 중요한 약속이 아니면 굳이 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계획할 때도 괜히 위축되고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마음이 앞선다. 소소한 일상의 변화라 여기기엔 생각보다 크게 바뀐 일상은 두렵기만 하다. 불확실성이 주는 위기감은 생각보다 크고 무겁다. 대종사는 사람이 아무리 죽을 경우를 당할지라도 정신을 수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3.12 11:26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인터넷 뉴스를 통해 시리아 북부에서 정부군 헬기가 반군에게 격추됐고 시리아 사람들이 다시 피난길에 올랐다는 소식을 봤다. 2011년부터 9년째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에서 간신히 생존한 사람들은 난민이 돼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아시아 서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시리아는 국민 90%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나의 관심은 5년 전 시작됐다. 갈색 머리에 파란 눈을 한 예쁜 라이언이 휘경여중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뽀얀 얼굴만큼이나 미소가 예쁜 라이언은 시리아에서 왔다고 했다. 겉모습이 달랐지만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3.05 11:46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전국 60만 명의 고등학생 중, 최상위 0.1 퍼센트의 학생 800명. 모두가 부러워하는 전국 최상위권 학생들은 도대체 어떻게 공부할까? 전국에서 1등하는 학생들의 공부비결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학생들과 함께 시청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의 비밀은 밀도 있는 복습, 세밀한 계획과 실천, 열정과 의지, 학교수업 등 어쩌면 고리타분한 그렇지만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이다.내가 가장 관심 있게 본 것은, 최상위 0.1퍼센트 학생 5명과 일반학생 5명이 함께하는 실험이다. 기억력과 학업성취도의 상관관계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2.21 10:14
-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처음 휘경학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교정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서울시내에 이렇게 아름다운 중·고등학교 교정이 있었냐며 학교를 둘러보다 발걸음을 멈추는 곳이 들꽃카페와 연못이다. 학교 매점인 들꽃카페 옆으로 학교 뒷산인 배봉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떨어져 만들어진 작은 연못이 있다. 한파가 맹위를 떨치던 어느 해엔 물줄기와 연못이 꽁꽁 얼어 그마저도 장관이었다. 언 연못 모서리에 봄빛이 비치는 요즘, 3학년 학생들은 졸업준비에 분주하다. 시대가 바뀌고 형식은 달라져도, 졸업식의 참다운 의미는 졸업생
교리여행
현지윤 교무
2020.02.13 14:31